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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3 괴쪽지라고 생각했더니 반전 (10) - 서진휘

  실제로 쓰기도 하고 서비스 시험용이기도 하고 어쨌든 전 몇개의 오픈아이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에서 서비스하는 아이디테일도 물론 사용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디테일 쪽에서 제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서 한번 열어봤습니다. '회원님께서 일주일 동안 읽지 않으신 쪽지가-'
  그렇습니다. 아이디테일에선 오픈아이디 유저간의 친구 등록과 쪽지 시스템을 지원하던 것이었죠. 그래서 무슨 쪽지가 왔던가 보러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름은 지웠습니다)
  엑! 이게 뭐야! 돈이 필요하다니... 보통의 스팸성 광고! 드디어 오픈아이디 서비스까지 진출인가!!
  '돈이 필요해요ㅠㅠ'라는 내용으로 또 하나의 쪽지가 동일인에게 와 있었습니다. 그렇군... 광고 하나 하려고 이제 오픈ID까지 만드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는요.

  이쯤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웠지요. 안철수연구소를 궁지에 몰리게 하기 위한 경쟁업체[?]의 고도의 안티라든가...

  그래도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이름을 눌러봤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오픈ID 정보가 있는 페이지로 연결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데..,
  [ 멀쩡한 사람이잖아?!?! ]
  .......
  예, 멀쩡한 사람이었죠.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져서 저에게만 돈이 필요해요ㅠㅠ 라는 슬픈 쪽지를 두번이나 '이 방법뿐이 없는 건가요?' 라는 하소연과 함께 올리셨을리도 없고... 전 혼란에 빠졌습니다. 좀 더 검색을 해보기로 했죠.
 
  아이디테일을 좀 더 살피던 중 다음과 같은 로그를 발견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
  ........ [ OOO님이 XXX님을 $4,610에 구매하였습니다. ]
  이게 뭐지?!
  아이디테일이 언제 인신매매 사업에 손을 댔지?!?!

  사회와 인류와 우주를 위해 공헌하기로 마음속으로 혼자 굳게 다짐했던 저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방문을 소홀히 했던 아이디테일 사이트를 좀 더 뒤져보았습니다.
  안철수연구소 고슴도치 플러스 블로그를 방문했더니 다음과 같은 사이트 안내가 있었습니다.
 '너는 펫' 이란 ?
 : 친구들을 나의 펫으로 사고 팔 수 있고 별명을 지어주거나 선물도 주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아이디테일의 재미있는 장난감이에요. ㅋㅋ ^-^ !
  아하? 친구들을 [나의 펫]으로 [사고][팔] 수 있군요!!! 그래 나도 친구들을 팔아서 엑박도 사고 아이마스도 사고... 아니 이게 아니지.
  ... 친구들을 왜 사고 파는거죠? [...] 아무튼 아이디테일에선 오픈ID를 매개로 해서 이런 SNS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이라는 페이지에서는 나의 주인님을 확인하는 코너 그리고 나의 가치를 확인해 주는 'OOO님의 현황' 그리고 '나의 소중한 펫들'과 친구가 선물해 준 '내가 받은 선물'이 있습니다.
(중략)
 내 펫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내 친구가 누구의 펫인지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죠! ^^
  그렇군요... 주인님을 확인... 그리고 나의 가치를 확인...
  도망... 실시간 감시...

  사실, [너는펫] 같은 작품도 봤었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귀여워해서 펫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해서 증오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펫으로 삼는건 그렇다치고 돈으로 주고 사고 판다니... 어라 돈? 돈은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현거래도 있는걸까요? [...]

★돈 버는 방법★

1. '너는 펫'에 가입하시면 $1,000을 드려요.
2. '너는 펫'에 접속하시면 하루에 세 번 $2,000을 드려요.

3.
'너는 펫'에 친구 한 명을 초대할 때마다 $1,000을 드려요.


 보통 캐쉬를 모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친구를 '너는 펫'에 초대하는 것이에요.
  아하 그렇군요. [...] 그러니까
  [ 돈이 필요해요ㅠ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요 ] 라는 비장한 쪽지는
  펫을 위한 안타까운 애정의 손놀림이었던겁니다.
  돈이 필요했던거죠. [...]

  아이디테일 측에 하고싶은 이야기는, 오픈ID를 연계해서 뭔가 서비스를 하는건 좋지만 '왜' '무엇을 위해서'라는 지점이 빠진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인녀/남들을 집중지원해주기 위한 서비스였다든가 주인-펫 시스템을 네트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모종의 음모가 있다든가 하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너는펫 이라는 서비스는 해보고 싶고 그런데 사람들을 엮을 네트워크 기반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아서- 펫을 사고 판다는 개념을 집어넣은 것 같은데 '가치'와 '금액'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집어넣은 것이죠? 실제적인 컨텐츠와 연결고리가 없어서 초대만 하면 돈을 주는 시스템이 되어버렸네요. 결과적으로 이게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서비스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처음처럼 인신매매 사이트인가 라는 다소 오해스런 장난스런 인상만 남았네요.
  그러니까, 멀쩡하신 분이 '돈이 필요해요ㅠㅠ'라면서 쪽지 공세를 펼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2008/07/23 15:15 2008/07/23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