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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4 일부러 연봉을 깎을 이유는 없다 - 서진휘
  최근 현대 매각 문제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동안 묻혀있던 프로야구의 위기론이 심심치않게 불거져나오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기는 커녕 돈을 때려붓고 있는 현 프로야구계의 문제점이 재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를 선수들의 고액 연봉 문제로 몰고 있다.
  수익은 창출되지 않는데 선수들이 몇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고, FA제도로 인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챙겨가고 있는데 문제라는 얘기다. 과연 문제라면 문제다. 어쨌든 구단은 돈을 한푼도 벌지 못하는데 서로 경쟁해서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건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한 논리다.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구단이라면, 적정 범위 안에서는 선수단을 일정한 전력으로 구성하고, 그 선수들에게 적절한 가치 평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와 계약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적 우선인 한국 야구계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 FA 제도의 특성상, FA로 풀리는 선수들은 대체로 야구를 오랫동안 해왔고, 팀에서 일정 부분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던 쓸모 있는 선수들인 경우가 많다. 그 중 일부는 핵심 선수들이다. 선발진이 허약한데 쓸만한 투수가 나왔다든가, 타선이 물타선인데 대형 타자가 나왔다든가 존재 자체로 내야에 안정감을 주는 야수라든가, 현장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상황은 많다. 그리고 그게 팀에 보탬이 된다면 당연히 제안을 해야 한다. (물론 앞뒤 가리지 않고 오퍼를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다. 누구든 팀에 두고 싶어하는 선수는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것이다. 고액으로 계약한 후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흔히 예로 들며 '먹튀'라고 한다. 먹튀가 안된다는 보장이 없는가?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먹튀'는 비난 받아야 하는가? 몸값을 못한다고 비난을 하는 팬들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는 전류를 흘려주면 명령을 수행하는 부속품이 아니다. 몸값으로 야구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는 양키스의 선수단 연봉 앞에 이미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의 고액 연봉을 비난하고 싶다면 우선 구단의 연봉 협상 능력을 같이 비판하지 않으면 안된다. 20년이 넘게 선수들의 연봉은 고과보다는 선수생활 기간과 팀내 서열에 의해 큰 틀이 짜여진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이름값이 좀 있다는 선수들과 계약하려면 구단이 먼저 거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협상 주체가 구단이지만, 그 너머에 소유주인 대기업이 있다보니 선심성 보너스를 주기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연봉을 동결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FA제도 도입 이후에는, 이런 현상을 우려하여 제도 자체에 보상금 개념을 넣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구단이 다른 구단의 핵심 선수들과 거액에 계약하는 일도 있었다. FA 시장 자체의 판을 키운게 삼성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한번 이렇게 판이 짜이자, 그 후에는 거의 모든 구단이 출혈 경쟁을 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당연히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런 점을 짚어내지 않고, 선수들이 과욕을 부려 야구판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담은 논리는 망발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단에 화살을 돌리는 논리의 다른 문제점은, 숲을 보지 않는다는 거다. 구단 입장에서, 지출되는 비용 중 '선수 연봉' 자체의 비율은 20%에 못 미친다. 다시 말하면 구단 운영비는 선수 연봉의 5배에 달한다는 말이다. 구단은 선수단 운영을 위한 비용이라고 말하지만, 그 운영비의 전부가 선수들의 책임일까?
  선수들에게 야구는 직업이다. 야구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그에 전념하는 대신 연봉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정규 학교 수업은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해 왔던 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노력을 적절한 금액의 연봉으로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시장 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거나, 혹은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비난한다면, 선수가 받아야만 하는 특정한 금액이 정해져 있기라도 하단 말일까?
  특히 간과되는 것은 프로 선수에겐 선수 생활 자체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직장이라는 점이다. 전체 선수 중 51%가 3천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다. 저연봉인 선수들 중에는 이제 갓 계약한 신인 선수들도 있겠지만, 언제 야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1군 선수를 꿈꾸다가 아예 감독의 눈에 드는 일도 없이, 2군을 전전하다 몇시즌도 안되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일도 있다는 얘기.
  모든 선수를 구제하자는 말이 아니다. 선수단의 연봉을 줄이자면서 고액 연봉인 선수들에게 화살을 쏘아도, 구단에게 그들은 필요한 선수들이다. 어디로부터든 압력이 들어올 경우, 구단이 정리하는 대상은 고액 선수들이 아닌, 아직 활용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저연봉의 선수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수록, 프로야구는 스스로를 점점 작게 만드는 자충수를 뒀다는 걸 알게 될 터다.

  프로야구의 위기는 구단의 운영 적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구단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벌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동안 야구판을 키워왔던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운영비를 탓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것에는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지출했던 내역들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경영을 한다면, 선수는 수익을 낳게 해주는 원천이지 돈을 먹는 하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액 연봉 선수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선수를 비난해서 연봉을 깎을 생각하지 말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무대로 보내라. (물론 간다고 되는게 아닌건 당연하지만, 자세를 얘기하고 싶다) 구단 또한 선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차라리 옆나라 일본에라도 보낼 수 있다. 선수는 보유하고 싶으면서, 보유를 위해서 출혈은 있는대로 해두고 나서 고액 연봉은 감당이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되는 논리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줄 마법사는 없다. 모든걸 원점에서 시작할 수도 없으니, 일시적으로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연봉부터 시작해서 운영비를 줄여나갈 수도 있겠다. 거기에는 구단이 경영 마인드를 개선하고,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앞서서 들어가야 한다. 구단의 노력이 선행하지 않은 채 선수들의 연봉을 지적하는 태도는 비정상적인 야구판의 행태에 똑같은 엇박자를 놓을 뿐이다.
2007/11/24 23:57 2007/11/24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