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가치를 모르는 KBO

2008/03/31 02:10
  공개된 야구 통계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각종 기사와 인터뷰, 야구팬들의 하소연으로 숱하게 이야기된 바 있다. 불행히도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시점에도 마찬가지여서, 구단이나 미디어 등에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 기록 서비스에는 일반인들은 접근할래야 접근할 수가 없다. 답답하다 못해 개인 차원에서 만든 아이스탯이나 이닝 같은 기록 서비스가 뒤늦게나마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을 뿐이다. 이 두 사이트에서 열람 가능한 기록/통계들은 비교적 상세한 편이지만, 아이스탯은 2005년, 이닝은 2007년 이후의 데이터만 누적되어 있으니 그 이전의 야구 기록은 매우 제한된 형태로만 구할 수 있는 형편이다.
 
  같은 구기 종목이라고 해도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는 굉장히 동적이다. 농구는 점수가 시원시원하게 올라가고 공수가 재빠르게 교대되면서 느끼는 속도감, 축구는 한 골에 집중하면서 볼을 다투며 벌이는 전쟁과 같은 치열함이 있다. 반면 야구는 정중동이라고 할까. 육체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이 적은 대신 매 상황에 집중하여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긴장감이 있다. 타자가 타석에 차례차례 들어서며 투수는 한구한구를 뿌려 정해진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작의 구분선이 있다. 그로부터 경기를 작은 단위로 쪼개어 서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야구는 경기의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처럼 풀어놓을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그리고 그것을 (몇가지 논란과 주의해야 할 점이 있으나) 명료하게 문자나 숫자로 적어낸 것이 야구 기록/통계다.
  어떤 차이일까. 축구는 "이영표 선수가 태클로 공을 빼낸 뒤 벌어진 수비 공간 사이로 드리블해나갑니다. 맞은편 포스트쪽으로 달려오는 선수를 보고 크로스 올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도 "3회 말 1사 1,3루 볼카운트 1-2 상황. 투수 공 던집니다. 이번에는 변화구군요.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공 툭 갖다대봅니다만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2루수 잡아서 송구. 유격수가 받아서 2루 베이스 밟고 1루로 송구- 아웃됩니다. 병살타, 3회말 득점 없이 공수 교대됩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묘사 자체로 어떤 일이 발생해서 종료되기까지의 상황을 완결시키고 있다. (노파심이지만 야구가 축구보다 우월하다라는 식의 얘기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야구 기록이 있다면 경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 기록은 팬들에게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준다. 이야기는 관심을 낳고 재미를 낳고 다시 이야기를 낳는다. 야구라는 컨텐츠를 산업의 형태로 서비스하고자 할 때, 야구라는 종목이 필연적으로 품고 갈 수 밖에 없는 기록이라는 요소를 간과할 수가 없는 이유다.

  물론 간과하는 동네가 있으니 KBO다. KBO에서 제공하는 야구 기록들은 올 시즌 기록, 개인이나 구단의 통산 기록(역대 기록), 기념비적 기록의 세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올 시즌 기록과 통산 기록의 경우에는 (제공해주는 데이터의 범주가 적은 것은 이미 당연하다) 차라리 포털 쪽에서 관리하는 DB를 보는 쪽이 훨씬 깔끔할 정도다. 더구나 역대 정규시즌 순위는 승무패의 숫자만 나열해놓고, 연도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어디에 써놨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KBO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 중 가치가 있는 것은 기념비적 기록 쪽이다. 가령 한 경기에서 연타석 만루홈런을 친 타자는 누구인가? 와 같은 진기록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는 란이다. 진기록의 경우는 힘들여 조건을 맞춰 검색하지 않아도 답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확인하기에는 좋다고 할 수 있다.
  단지, KBO가 한국 프로야구라는 이름 아래 열리는 매 경기의 기록을 전부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음이 분명함을 상기할 때, KBO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치있는 기록이라곤 그동안의 진기록을 나열해놓은 것뿐이라는 사실은 한심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이승엽이 300호 홈런을 쳤을 때라든가, 양준혁이 2000안타를 쳤다라는 식의 진기록들은 언론을 검색하기만 해도 금방 나온다. 그러나 설령 진기록인 경우라도 집이 너무 넓거나 운이 좋아서 수 년 전의 스포츠신문 기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30일 벌어진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홈런이 제법 나오길래, 역대 한 경기 최다 홈런은 몇개일까가 궁금해졌다. KBO 홈페이지를 찾으니 2000년 4월 5일 현대와 한화의 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이 터졌다(현대 10개, 한화 4개)는 기록이 나왔다. 그럼 이 경기에서 각 팀의 점수는 몇 점이었을까가 궁금해졌다. 여기서부턴 (당연한듯 말해서 미안하지만) KBO 홈페이지에 나올 리가 없다. 날짜 지정을 해서 뉴스 검색을 하니 겨우 17:10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 어떤 투수가 몇 개의 피홈런을 맞았고 이 경기에 양 팀에서 몇 명의 투수가 나왔을지가 궁금해졌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세세한 부분은 - 경기의 일부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 친절히 기록을 남겨주지 않는 것이다. 야구가 본래 그만큼을 다 공식적으로 기록하지 않는 스포츠라면 모르겠는데, KBO는 분명히 갖고 있을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는게 더 괘씸하지 않은가.

  지난 겨울 프로야구의 위기론이 빗발쳤다. 그렇게나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데, 이 위기가 산업으로의 자립성을 갖출 만큼 수익 모델을 세우지 못해서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수익은 없는 형편에서 선수들 연봉만 깎아대는 것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본래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서 나온다. 돈을 벌려면, 자기가 운영하는 컨텐츠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당연히 서비스해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인지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제대로 된 기록 서비스 하나 없이는 혹 이제 와서 500만 관중을 돌파한다 하더라도 영영 프로야구를 산업으로 일으켜세울 마인드를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아 입맛이 쓰다.

KBO는 안이했다, 하일성 조차도.

2007/11/26 00:00
  2006년 5월에 해설위원으로 유명했던 하일성 씨가 KBO 사무총장이 되었다. 대체로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인이 총재 자리를 맡곤 했던 (혹은 감투를 잠시 썼던) 탓에, 상대적으로 사무총장은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경우가 많았으며 하일성 씨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프로야구 구단 추가 창단(10개 구단으로 야구하겠다), 야구장 건설(돔구장 문제를 협의해보겠다) 등의 방안을 내비친 바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야구계를 대개혁하겠다며 400만 관중, 실업야구 활성화, 유소년 야구 대책 마련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 매각건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바가 있다'며 방법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연초에는 농협NH가, 연말에는 STX에게 각기 협상의 고배를 마시며 현대 문제는 사실상 좌초하고 말았다.

  하일성 씨가 야구 행정가로서 KBO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헌신하고 있는데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하일성씨의 인터뷰와 실제 행정에 비추어 볼 때 KBO의 우선순위가 많이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 400만 관중 시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실제로 400만 관중을 이루어낸 점에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400만 관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매각 문제였다.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하고도 LG, 두산 두 서울 구단에게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해서 서울 입성을 하지 못한 일은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있는 문제다. 야구 행정을 진두지휘하는 하일성 씨가 절대 모를 리 없었다는 얘기다. 그 뒤에는 모기업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확정되기까지 했는데, 물론 KBO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도 이 상태에서 KBO는 '현대 문제를 모든 조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야 했다. KBO에게는 백억여원의 운영 기금이 있었을 뿐, 현대 유니콘스는 백억 이상의 적자를 내는 야구단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KBO는 느긋하게 협상에 임한다. '프로야구 구단'인데 인수하는 데가 없겠어라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우여곡절 끝에 농협NH가 인수 의사를 타전해 보자 이를 서둘러 언론에 발표한다. '거봐, 있잖아'
  농협의 성격상 언론으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일부 농민들도 적자사업인 야구단 인수가 말이 되냐며 투쟁을 시작, 한번 떠봤던 농협은 적절히 언론 플레이만 하다가 발을 빼버린다. 이때부터 인수자는 나서지 않고, KBO는 8개 구단으로 시즌을 시작하기 위해 선수단 운영비에 KBO기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실패한 이상 이렇게라도 해야했다는건 탓하는 바 아니다) 은근슬쩍 현대의 매각대금은 80억원으로 결정이 된다.

  시즌이 종료되어 갈 무렵, STX가 인수 의사를 타전한다. KBO는 신나서 얘기해준다. '이것 봐, 인수자가 더 이상 없는게 아니야! 중견기업이야!' STX는 완전히 여유로운 상태에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마침 그룹 간부의 비리사건이 터지자 프로스포츠계에서 몇발짝씩을 떼버린다. 이미 KBO는 100억원 이상을 현대의 운영기금으로 소비한 상태다.

  이제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 7개 구단으로 치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관중의 숫자는 경기력이나 순위다툼에 따라 추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숫자가 줄어드는건 치명적인 문제다.
  KBO는 400만 관중만 동원되면 야구판의 매력이 증명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걸까? 여전히 이들은 적자 기업이다. 설령 현대 매각에는 실패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수익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은 KBO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하다못해 구단의 구장 소유 제한이나 광고권한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는 스포츠산업진흥법에 대한 공식적인 로비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야구계를 개혁하고 싶다면, 프로야구에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이 아니면 안 된다. 현대를 KBO가 구매해줄 수는 없지만, 견인차 역할은 해줄 수 있었으리라. 아직 시간이 남았다.

일부러 연봉을 깎을 이유는 없다

2007/11/24 23:57
  최근 현대 매각 문제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동안 묻혀있던 프로야구의 위기론이 심심치않게 불거져나오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기는 커녕 돈을 때려붓고 있는 현 프로야구계의 문제점이 재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를 선수들의 고액 연봉 문제로 몰고 있다.
  수익은 창출되지 않는데 선수들이 몇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고, FA제도로 인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챙겨가고 있는데 문제라는 얘기다. 과연 문제라면 문제다. 어쨌든 구단은 돈을 한푼도 벌지 못하는데 서로 경쟁해서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건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한 논리다.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구단이라면, 적정 범위 안에서는 선수단을 일정한 전력으로 구성하고, 그 선수들에게 적절한 가치 평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와 계약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적 우선인 한국 야구계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 FA 제도의 특성상, FA로 풀리는 선수들은 대체로 야구를 오랫동안 해왔고, 팀에서 일정 부분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던 쓸모 있는 선수들인 경우가 많다. 그 중 일부는 핵심 선수들이다. 선발진이 허약한데 쓸만한 투수가 나왔다든가, 타선이 물타선인데 대형 타자가 나왔다든가 존재 자체로 내야에 안정감을 주는 야수라든가, 현장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상황은 많다. 그리고 그게 팀에 보탬이 된다면 당연히 제안을 해야 한다. (물론 앞뒤 가리지 않고 오퍼를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다. 누구든 팀에 두고 싶어하는 선수는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것이다. 고액으로 계약한 후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흔히 예로 들며 '먹튀'라고 한다. 먹튀가 안된다는 보장이 없는가?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먹튀'는 비난 받아야 하는가? 몸값을 못한다고 비난을 하는 팬들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는 전류를 흘려주면 명령을 수행하는 부속품이 아니다. 몸값으로 야구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는 양키스의 선수단 연봉 앞에 이미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의 고액 연봉을 비난하고 싶다면 우선 구단의 연봉 협상 능력을 같이 비판하지 않으면 안된다. 20년이 넘게 선수들의 연봉은 고과보다는 선수생활 기간과 팀내 서열에 의해 큰 틀이 짜여진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이름값이 좀 있다는 선수들과 계약하려면 구단이 먼저 거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협상 주체가 구단이지만, 그 너머에 소유주인 대기업이 있다보니 선심성 보너스를 주기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연봉을 동결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FA제도 도입 이후에는, 이런 현상을 우려하여 제도 자체에 보상금 개념을 넣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구단이 다른 구단의 핵심 선수들과 거액에 계약하는 일도 있었다. FA 시장 자체의 판을 키운게 삼성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한번 이렇게 판이 짜이자, 그 후에는 거의 모든 구단이 출혈 경쟁을 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당연히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런 점을 짚어내지 않고, 선수들이 과욕을 부려 야구판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담은 논리는 망발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단에 화살을 돌리는 논리의 다른 문제점은, 숲을 보지 않는다는 거다. 구단 입장에서, 지출되는 비용 중 '선수 연봉' 자체의 비율은 20%에 못 미친다. 다시 말하면 구단 운영비는 선수 연봉의 5배에 달한다는 말이다. 구단은 선수단 운영을 위한 비용이라고 말하지만, 그 운영비의 전부가 선수들의 책임일까?
  선수들에게 야구는 직업이다. 야구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그에 전념하는 대신 연봉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정규 학교 수업은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해 왔던 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노력을 적절한 금액의 연봉으로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시장 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거나, 혹은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비난한다면, 선수가 받아야만 하는 특정한 금액이 정해져 있기라도 하단 말일까?
  특히 간과되는 것은 프로 선수에겐 선수 생활 자체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직장이라는 점이다. 전체 선수 중 51%가 3천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다. 저연봉인 선수들 중에는 이제 갓 계약한 신인 선수들도 있겠지만, 언제 야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1군 선수를 꿈꾸다가 아예 감독의 눈에 드는 일도 없이, 2군을 전전하다 몇시즌도 안되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일도 있다는 얘기.
  모든 선수를 구제하자는 말이 아니다. 선수단의 연봉을 줄이자면서 고액 연봉인 선수들에게 화살을 쏘아도, 구단에게 그들은 필요한 선수들이다. 어디로부터든 압력이 들어올 경우, 구단이 정리하는 대상은 고액 선수들이 아닌, 아직 활용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저연봉의 선수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수록, 프로야구는 스스로를 점점 작게 만드는 자충수를 뒀다는 걸 알게 될 터다.

  프로야구의 위기는 구단의 운영 적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구단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벌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동안 야구판을 키워왔던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운영비를 탓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것에는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지출했던 내역들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경영을 한다면, 선수는 수익을 낳게 해주는 원천이지 돈을 먹는 하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액 연봉 선수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선수를 비난해서 연봉을 깎을 생각하지 말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무대로 보내라. (물론 간다고 되는게 아닌건 당연하지만, 자세를 얘기하고 싶다) 구단 또한 선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차라리 옆나라 일본에라도 보낼 수 있다. 선수는 보유하고 싶으면서, 보유를 위해서 출혈은 있는대로 해두고 나서 고액 연봉은 감당이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되는 논리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줄 마법사는 없다. 모든걸 원점에서 시작할 수도 없으니, 일시적으로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연봉부터 시작해서 운영비를 줄여나갈 수도 있겠다. 거기에는 구단이 경영 마인드를 개선하고,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앞서서 들어가야 한다. 구단의 노력이 선행하지 않은 채 선수들의 연봉을 지적하는 태도는 비정상적인 야구판의 행태에 똑같은 엇박자를 놓을 뿐이다.

대한야구협회의 하프돔 공유 제안

2007/11/23 15:31
  대한야구협회가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해 아마야구 전용으로 사용될 예정인 고척동 하프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구단과 구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훌륭한 제안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모든 구단을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를 인수할 구단에게만 제시하는 것은 현대 매각이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해도 인수의 최대 난제가 구장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운영 적자가 지금의 1/10 수준만 되었더라면 (물론 말이 쉬운 얘기로, 가정일 뿐이다) 매수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터다.
  새 구장이 매력적이기는 하겠지만, 현대 유니콘스는 아직 LG, 두산 두 구단에게 서울 입성의 조건인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것이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도 수원에서 정처없이 타향살이를 하고 있던 이유다. 4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구단이 단돈 80억원에(역시 쉽게 말해서 죄송하다)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친절하게 54억원을 더 얹어준다고 해서 새 구장에 낚일리 만무하다. 게다가 고척동 하프돔은 2010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오히려 서울 구단인 LG와 두산에게 제안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현 상황에 새 구단이 생길리는 없고, 비서울 연고구단에게 연고이전을 제안하는 것도 넌센스다. 그런데 잠실구장은 두집 살림이다. 두 구단 중 적어도 하나가 보통 이상의 야구단 경영 마인드가 있다면, 구장을 홀로 사용하는게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릴 것이다.

  서울시도 전글에서 말했듯, 구장을 3만석 규모로 재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국을 막론하고 제대로 봐줄만한 구장이 드문 야구 인프라에, 서울에 2만석 규모의 아마야구 전용 구장이라니 여유도 너무 여유다. 혹자는 프로야구 평균 관중이 만오천명 미만인데 2만석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평균 2만명의 관중이 와야 야구단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목표로 한다면 2만석 규모에 2만명의 관중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야구를 위해 마련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이 왜 프로구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것 네것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프로구단이라 해도 기업 마음대로 구장을 지을 수도 없고, 야구계는 구장 문제에 관련한 지자체의 건설 계획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이왕 서울시가 새 구장 계획을 내놓은 바에는 야구계가 같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대한야구협회의 제안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도 한신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다. 고척동 하프돔이 프로와 아마 양쪽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