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20% 진행된 시점의 타이거즈

2008/04/29 02:16
  지난 주말 3연전을 마치고 시즌 126경기 중 25경기를 치렀다. 1/5선이다. 팀은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은 0.280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시즌 2/5선(40%)이 다가왔을 때 팀 승률이 최소 4할5푼을 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4강은 포기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잡고(23승) 진행하려면 앞으로 26경기 동안 6할이 넘는 승률을 거둬야 한다. 현재의 롯데(0.591)보다 높은 승률을 거둬야 한다는 얘기다. 엄청난 전력 상승이 있지 않는 한, 이게 가능할까?

  간단한 숫자놀음이었다고 치고 팀 상황을 살펴보자. 팬들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져 어디 하나 성한데가 없어보이겠지만.

  일단은 포수가 큰 구멍으로 보인다. 김상훈이 인대 부상을 입고 차일목과 송산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팀 방어율은 크게 올라갔다. 물론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괜찮은 타격감을 보이며 0.333의 타율을 기록하던 8번 타자도 사라졌다. 차일목/송산은 주전으로 길게 기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의 능력을 걱정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좋지 않다.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탓할 수는 있어도, 두 선수는 어리지 않다. 적어도 차일목은 2007 시즌에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다. 조범현 감독이 김상훈을 집중 육성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있었지만, 지금의 팀에는 당황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 김상훈은 최소한 2주가 지나야 복귀를 얘기할 수 있는 듯하다.
  팀 방어율이 어찌 포수만의 문제겠는가. 투수진도 심각하다. 지난 시즌까지 뒷문을 막아주던 신용운은 군대로 갔고, 대신 군복무를 마친 유동훈이 불펜진에 투입되었다. 불펜은 지난 해보다 좋지 않다. 어리고(경험이 없으며) 컨트롤이 뛰어나지도 않으며(그럴 수 있다) 침착하지 않다. 꼭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놓지 않더라도, 4.59의 팀 방어율(7위)에는 불펜진의 방화도 한 몫을 차지한다.
  로테이션이 두 바퀴 돌기 전에는 탄탄한 듯 보였던 선발진도 작년 수준으로 돌아섰다. 서재응의 피안타율은 0.292로 꽤 잘 맞아나가고 있다. 리마는 2군에 가 퇴출될 분위기고 전병두는 시즌 첫 선발등판을 제외하곤 여전한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윤석민만이 외로이 퀄리티 스타트를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타선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타이거즈의 팀 타율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기록에는 상대 투수들에게 철저히 공략당한 경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양보해서 이 경기들은 시즌 중의 몇 경기 일뿐이라고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거즈가 안타를 아예 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찬스도 많이 만들어내는 편이다. 문제는 좀처럼 득점은 하지 못한다는거다. 단적인 예가 17번의 만루 상황에서 단 한 번 안타를 쳤다는 기록에서도 나온다.

  팬들도 결정을 하자. 팀은 몇년간 거의 보여줬다. 감독 바꾸기, 새 감독 모셔오기, 지명권 가진 메이저리거들 데려오기. 그러나 팀의 성적은 점점 곤두박질치고 있다. 왜일까?
  애써 잊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조범현 감독의 임기는 2년이다. 올해가 타이거즈 감독으로 맞는 첫 시즌이다. 그런데 조 감독의 행보를 보면 그는 무척 조급해보인다. 개막전엔 나지완을 4번 타순에 놓을 정도였던 그가 최근 몇 주 동안은 타율 1할이 안되는 김종국을 계속 기용한다. 이유는 시즌 초반에 1승이 급하기 때문이란다. 노아웃에 주자가 나가도 다음 타순에는 누구나 예측하듯 번트를 지시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한 구 한 구 벤치의 사인을 받으며 플레이한다. 이런 현상은 조급증 외에 딱히 해석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재응, 한기주의 컨디션을 생각해주고 이대진, 정민태를 교대 기용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멤버를 가지고 우승을 못하다니'라든가 '다들 정신이 썩어빠졌어. 줄빠따 맞아야 정신 차리지' 같은 식의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가 당연히 받아내야 할 성적이란 건 없다. 야구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에 집중하지만 팀과 팀이 맞붙는 스포츠다. 성적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의 이야기고, 팬들은 결과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소위 제대로 집중하지 않고 경기를 한다든가 의욕이 부족하다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적을 보고 선수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차라리, 실력이 없다고 해라. 그 편이 덜 모욕적이겠다.
 
  시즌 2/5선에서 타이거즈는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불행히도 팬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과를 논하는 것 정도다. 내가 생각하는 올 시즌 타이거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순위를 깨끗이 포기하고 타자 유망주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는거다. 2006년을 딛고 이용규가 없으면 안 될 주전으로 성장했듯, 올해를 딛고 김주형, 나지완, 김선빈이 주전급으로 성장하길 빈다. 발데스와는 몇년이고 함께 할 수 없을테고, 홍세완이 회복되어 유격수로 다시 나선다고 해도 유격수 홍세완을 쓰려면 반드시 부상에 대처할 훌륭한 내야수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용규가 거의 홀로 외로이 지키고 있는 외야도 든든한 외야수가 한 명은 있어야 할테고.
  실제로는 천차만별의 스타일을 한 카테고리에 묶는 것 같지만- 흔히들 '스몰볼'이라고 하는 야구의 스타일은, 실점을 최소화하면 어떻게든 타선이 몇 점은 벌어준다는 계산 아래 가능하다. 여기서 타선이 벌어야 할 점수는 당연히 예상 가능한 팀의 실점을 상회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투수들은 실점을 하기만 하면 진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타선은 타선대로 위압감에 사로잡혀 하는 플레이로는 당연히 이길 수가 없다. 감독 또한 무리한 작전으로 스스로 득점 가능한 확률을 날리면서 '데이터 야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타이거즈 팬으로서의 나는, 선수들을 욕하지 않기 위해 / 야구를 보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쌓지 않기 위해 팀의 순위를 포기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 그들은 아직 선배들이 경험했던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2/5선 - 다른 타이거즈 팬들은 어떤 심정으로 야구를 보고 계시는지?

간과했던 것 : 김상훈

2008/04/16 14:33
  어제 경기(9:10 재역전패)는 단두대 매치[...]의 극적인 승부를 보여줬습니다만, 타이거즈로서는 김상훈의 공백을 아프게 느낀 경기였다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이 작년에 배터리 코치로 부임했을 때 김상훈을 굴려서 최고의 포수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김상훈 개인의 자질도 있었겠지만 팀 내에서 다른 포수 자원으로 답이 안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권윤민은 왠지 포수로선 전력 외로 분류되는 것 같으니 제외하고, 차일목과 송산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타이거즈의 포지션 중 취약하면서도 가장 보강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포수입니다. 요즘 쓸만한 자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2시즌 내에 신인 지명에서 포수를 상위로 픽업해서 조범현 감독이 있는 동안 키워보면 어떨까 싶군요. 김상훈도 올 시즌 부상의 여파가 적다면 FA를 취득하고, 만 서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당장은 김상훈과 함께 가더라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죠.
  신인 유망주가 보이지 않으면 다른 팀의 포수라도 데려왔으면 하네요. 홍성흔이 가능성 있는 선택이었는데 이제 두산에서도 다시 기용받는 분위기이니 (물론 FA도 있긴 합니다만) 트레이드도 쉽지 않겠죠.

  작년 시즌 '국민볼배합'이라고까지 욕만 먹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던 김상훈의 소중함을 몇 주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2008 타이거즈 경기를 바라보는 자세

2008/04/12 01:36
  기대치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때엔, 누구든 실망을 하거나 화가 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저야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덜합니다만 팬으로서도 묵묵히 참고 바라보기 힘든 답답한 경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외쳐봐야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입니다. 지난 세번의 감독교체 경험으로부터 학습을 하지 못한 팬들도 있겠지만... 감독을 교체한다고 해서 갑자기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변모하지도 않습니다.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팬들을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그 안타까운 장면들이, 분하지만 타이거즈의 실력입니다. 야구는 매 순간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정점에서 빛나는 스포츠이지만, 분명한 팀 스포츠입니다. 개인 성적이 단순히 모여서 나오지 않는 팀 성적이, 결국 승수와 패수로 표시되는 팀의 성적이 현 상태입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는, 왜 그럴까 상황을 분석해보고, 상황에 맞게 기대치를 조정해야합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 해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팬들이 답답하다고 해서 선수들 대신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나설 수 없으니까요. 팬들의 염원이나 바람을 만들어내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플레이 자체를 대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타이거즈의 전력은 약합니다.
  특히 타선이 약합니다.
  실점을 하면 지게 될까봐 선발투수가 아득바득 던지게 할 정도로, 하지만 정말 패배를 안겨 줄 정도로 약합니다.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편하게 봅시다. 타이거즈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 안 돌아가고 있다는 포스팅은 차고 넘칠테니 - 그리고 저도 스스로 되뇌일수록 괴로우니 - 굳이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큰 반전이 없는 한, 적어도 이 전력으로 8개 구단 중 3등 안에 드는건 무리입니다. 아주아주 운이 좋으면 4강에 어떻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보자는건 어떻게 되든 상관도 말고 응원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눈물나게 안타깝고 분한 장면들을 계속 접하더라도 팬으로서 비이성적인 요구는 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희섭이 팔아버리자, 조범현도 갈아치우자 등등)

  인정하고 나면, 해야 할 과제들이 보입니다. 타선 리빌딩이죠. 그 동안 하지 않았냐구요? 변한게 없는데, 계속 해야죠. 전에는 자원이 별로 없어서라도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눈에 보이는 김선빈과 나지완을 '주전으로' 계속 기용하면서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은 1승이 중요한 시기라고 하지만,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V10을 노린다, 4강 전력이고 우승도 할 수 있다 - 구호는 참 멋집니다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봅니다. 많은 타이거즈 팬들이 이번 시즌을 마음 편안히 먹고 타자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해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타이거즈의 개막 첫 주

2008/04/06 16:57
  윤석민 선수가 1승 1패를 거두었고 장래가 촉망되는 2루수 김선빈 선수를 발굴했습니다. 07시즌 타점머신이었던 최희섭은 선풍기스윙으로 일관하고 있고 불펜진은 유동훈이 홀로, 발데스에게선 서브넥의 향기가 납니다. 이 정도로 대충 요약이 되겠군요.

  투수쪽은 서재응-리마-윤석민-전병두 순서로 선발진이 형성된 듯 합니다. 확실한 선발 4인 로테이션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되는데, 그건 오버가 아닌가 싶군요. 전병두가 첫 등판에 6이닝 노히트를 하긴 했지만 올 시즌 위기관리능력을 지켜보면서 두고봐야 할 듯 하네요. 그게 본인의 가장 큰 약점이었으니까요. 서클 체인지업이 추가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좋아진건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서재응과 리마가 메이저 출신이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리마는 나이, 서재응은 부상 및 컨디션 때문에 불안합니다. 리마가 작년의 스코비보다 얼마나 월등한 성적을 보여줄지에 대해 전 회의적입니다. 여름의 체력 문제도 있구요. 서재응도 동계훈련량이 부족하고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 있죠. 둘 다 경기를 긴 이닝 동안 책임질 수 없으리라는 점에서 중간계투에 의존하게 될텐데 유동훈 외에는 믿음을 줄 만한 선수가 없죠. 4월 한달 동안 서재응이 어디까지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느냐가 전반기 성적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걱정은 항상 타선이죠.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비록 지금은 아무리 선풍기를 돌리고 있을지라도) 최희섭의 역할이 중요한데, 일단은 지금 같은 상태입니다. 아직까지는 지난 시즌 초반과 같은 안습 타선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최희섭과 발데스의 구멍이 크네요.
  중심타선에서는 최희섭이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이 장성호가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까다로운 장성호 대신 최희섭을[...] 선택해서 승부하겠다는거죠. 최근 김상훈의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하위타선에서 찬스가 날 경우가 많은데, 김선빈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고 발데스의 타격은 쉬어가는 타순과 똑같아서 점수를 내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입니다. 김선빈의 타격이 나쁜 편이 아니고, 김상훈은 발이 빠른 편이 아닌데다 포수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김상훈을 통한 작전 수행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항상 김상훈 출루 후 김선빈 타석에선 번트를 지시하는군요.
  차라리 이용규와 김선빈을 1,2번으로 붙여 쓰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데스는 앞으로 최소 10경기 이상은 지켜봐야겠지만 현 상태로는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초반 승률도 중요한데요.

  내야와 외야가 각각 한자리씩 비는 느낌인데, 김선빈과 나지완이 얼마나 성장할지와 최희섭과 발데스가 언제 제 몫을 해줄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야는 이종범, 강동우의 타격이 애매하고 내야에선 유격수 자리의 발데스를 다른 자원으로 교체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네요.

시즌 초반 역전승의 가치

2008/04/03 23:52
  오늘은 경기를 보지 못한터라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선발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금방(4회) 역전을 했다는 것, 두산의 결정적인 실책 2개가 바로 점수로 이어졌다는 것, 역전을 일궈낸 결승점이 최희섭의 홈런포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네요.

  지난 시즌, 특히 시즌 전반기에는 타이거즈의 타선이 정말 형편없어서 선취점을 먼저 내주면 거의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였죠.
  오늘 서재응이 나올 수 있는 등판 간격이었지만 컨디션을 조절해주기 위해 양현종을 선발로 세운 것, 성적에 대한 부담이 심했던 서정환 감독 아래에선 부리기 힘든 여유였다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이라고 팬들의 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은 임기 초니까요.
  그리고 홈런으로 인해 역전이 가능했던 것, 이게 타선의 결정적인 차이죠. 만약 발휘될 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과는 달리 간단히 점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타자가 존재한다는 것.
  역전승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이 되길 빕니다. 타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투수가 몰리는 일도, 경기를 무력하게 포기해버리는 일도 적어지기를요.

  김선빈 선수는 오늘은 2타수 무안타였지만- 계속 선발 출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지완 선수에게도 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처럼요.

덧 : 가르시아 무섭네요 ... (농담입니다, 하지만 사진 타이밍이 너무...)

타이거즈 경기, 마음 편히 보자

2008/04/02 15:52
  애태울 것도 없다. 지난 시즌에 충분히 경험했잖은가. 그나마 개막 3경기가 지난 지금, 아직은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2007시즌 개막 후 한달이 지났을 무렵, 타이거즈 주전 선수층의 타율은 일부 다음과 같았다.
  (2007년 5월 6일 기준)
  장성호 0.247 이용규 0.202 이종범 0.175 김종국 0.108 손지환 0.169
  100 타석을 넘었거나 근접했던 시점에서 이렇게까지 곤란한 타격을 하고 있었다.
  올 시즌에는 이용규가 타격에서 2006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 그는 이제 무조건 밀어치지 않는다 - 손지환은 트레이드되었으며 이종범은 더 이상 주전이 아니다.

  물론 속 터진다는건 분명하지. 타이거즈가 3경기 동안 3득점(그리고 모두 개막전 점수)할 동안 롯데는 28득점 했으니까. 27이닝 동안 13안타를 쳐내는데 나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실제로 그렇게나 쳐내지 못하는 것을.
  올 시즌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에게는 개막 후 3연패가 충격으로 다가오는가보다. 그러나 애초에 메이저리거의 합류라는 문구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

  선발진의 경우, 조범현 감독은 서재응이 팀에 합류한 뒤 컨디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으며 캠프 기간 도중 햄스트링 부상도 당했다. 호세 리마는 무난한 피칭을 보여주긴 했지만 나이가 많으며 긴 시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지 체력과 구위가 염려스럽다. 윤석민은 지난 시즌 몸고생 마음고생을 한 뒤 마찬가지로 부상도 당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 타선이 변수가 되겠지만 그가 지난 시즌 전반기에 보여준 스터프를 똑같이 발휘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전병두는 몇년째 터지지 않는 로또 선발이며, 이대진은 마음 아프게도 다시 부상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선은 사실 답이 없었다. 최희섭이 가장 중심축이 되는 타선에서, 그는 두통으로 인해 캠프의 대부분을 소화할 수 없었다. 나지완은 신인이다. 중심타선이 전혀 중압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용구/장성호나 하위타선이 다 같이 미쳐주지 않는 한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뛰는 야구를 한다지만 일단은 주자가 출루를 해야 주루 플레이를 하지. 발데스에게선 벌써 서브넥의 향기가 난다.

  결론은? 이걸 인정하고 마음 편히 보자는거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거의 좋지 않은걸 어쩌겠나. 최희섭은 본인의 오기일지 감독의 억지일지는 몰라도, 라인업에 억지로 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 제 켠디션은 아니다. 의무감에 휘두르기보다는 몸이든 마음이든 타격감이 맞춰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편이 팀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것이다. 그래도 나지완은 김주형보다는 포텐션을 발휘할 준비가 된 듯하며, 이용규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지켜보자.

기록의 가치를 모르는 KBO

2008/03/31 02:10
  공개된 야구 통계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각종 기사와 인터뷰, 야구팬들의 하소연으로 숱하게 이야기된 바 있다. 불행히도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시점에도 마찬가지여서, 구단이나 미디어 등에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 기록 서비스에는 일반인들은 접근할래야 접근할 수가 없다. 답답하다 못해 개인 차원에서 만든 아이스탯이나 이닝 같은 기록 서비스가 뒤늦게나마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을 뿐이다. 이 두 사이트에서 열람 가능한 기록/통계들은 비교적 상세한 편이지만, 아이스탯은 2005년, 이닝은 2007년 이후의 데이터만 누적되어 있으니 그 이전의 야구 기록은 매우 제한된 형태로만 구할 수 있는 형편이다.
 
  같은 구기 종목이라고 해도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는 굉장히 동적이다. 농구는 점수가 시원시원하게 올라가고 공수가 재빠르게 교대되면서 느끼는 속도감, 축구는 한 골에 집중하면서 볼을 다투며 벌이는 전쟁과 같은 치열함이 있다. 반면 야구는 정중동이라고 할까. 육체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이 적은 대신 매 상황에 집중하여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긴장감이 있다. 타자가 타석에 차례차례 들어서며 투수는 한구한구를 뿌려 정해진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작의 구분선이 있다. 그로부터 경기를 작은 단위로 쪼개어 서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야구는 경기의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처럼 풀어놓을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그리고 그것을 (몇가지 논란과 주의해야 할 점이 있으나) 명료하게 문자나 숫자로 적어낸 것이 야구 기록/통계다.
  어떤 차이일까. 축구는 "이영표 선수가 태클로 공을 빼낸 뒤 벌어진 수비 공간 사이로 드리블해나갑니다. 맞은편 포스트쪽으로 달려오는 선수를 보고 크로스 올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도 "3회 말 1사 1,3루 볼카운트 1-2 상황. 투수 공 던집니다. 이번에는 변화구군요.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공 툭 갖다대봅니다만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2루수 잡아서 송구. 유격수가 받아서 2루 베이스 밟고 1루로 송구- 아웃됩니다. 병살타, 3회말 득점 없이 공수 교대됩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묘사 자체로 어떤 일이 발생해서 종료되기까지의 상황을 완결시키고 있다. (노파심이지만 야구가 축구보다 우월하다라는 식의 얘기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야구 기록이 있다면 경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 기록은 팬들에게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준다. 이야기는 관심을 낳고 재미를 낳고 다시 이야기를 낳는다. 야구라는 컨텐츠를 산업의 형태로 서비스하고자 할 때, 야구라는 종목이 필연적으로 품고 갈 수 밖에 없는 기록이라는 요소를 간과할 수가 없는 이유다.

  물론 간과하는 동네가 있으니 KBO다. KBO에서 제공하는 야구 기록들은 올 시즌 기록, 개인이나 구단의 통산 기록(역대 기록), 기념비적 기록의 세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올 시즌 기록과 통산 기록의 경우에는 (제공해주는 데이터의 범주가 적은 것은 이미 당연하다) 차라리 포털 쪽에서 관리하는 DB를 보는 쪽이 훨씬 깔끔할 정도다. 더구나 역대 정규시즌 순위는 승무패의 숫자만 나열해놓고, 연도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어디에 써놨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KBO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 중 가치가 있는 것은 기념비적 기록 쪽이다. 가령 한 경기에서 연타석 만루홈런을 친 타자는 누구인가? 와 같은 진기록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는 란이다. 진기록의 경우는 힘들여 조건을 맞춰 검색하지 않아도 답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확인하기에는 좋다고 할 수 있다.
  단지, KBO가 한국 프로야구라는 이름 아래 열리는 매 경기의 기록을 전부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음이 분명함을 상기할 때, KBO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치있는 기록이라곤 그동안의 진기록을 나열해놓은 것뿐이라는 사실은 한심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이승엽이 300호 홈런을 쳤을 때라든가, 양준혁이 2000안타를 쳤다라는 식의 진기록들은 언론을 검색하기만 해도 금방 나온다. 그러나 설령 진기록인 경우라도 집이 너무 넓거나 운이 좋아서 수 년 전의 스포츠신문 기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30일 벌어진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홈런이 제법 나오길래, 역대 한 경기 최다 홈런은 몇개일까가 궁금해졌다. KBO 홈페이지를 찾으니 2000년 4월 5일 현대와 한화의 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이 터졌다(현대 10개, 한화 4개)는 기록이 나왔다. 그럼 이 경기에서 각 팀의 점수는 몇 점이었을까가 궁금해졌다. 여기서부턴 (당연한듯 말해서 미안하지만) KBO 홈페이지에 나올 리가 없다. 날짜 지정을 해서 뉴스 검색을 하니 겨우 17:10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 어떤 투수가 몇 개의 피홈런을 맞았고 이 경기에 양 팀에서 몇 명의 투수가 나왔을지가 궁금해졌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세세한 부분은 - 경기의 일부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 친절히 기록을 남겨주지 않는 것이다. 야구가 본래 그만큼을 다 공식적으로 기록하지 않는 스포츠라면 모르겠는데, KBO는 분명히 갖고 있을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는게 더 괘씸하지 않은가.

  지난 겨울 프로야구의 위기론이 빗발쳤다. 그렇게나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데, 이 위기가 산업으로의 자립성을 갖출 만큼 수익 모델을 세우지 못해서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수익은 없는 형편에서 선수들 연봉만 깎아대는 것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본래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서 나온다. 돈을 벌려면, 자기가 운영하는 컨텐츠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당연히 서비스해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인지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제대로 된 기록 서비스 하나 없이는 혹 이제 와서 500만 관중을 돌파한다 하더라도 영영 프로야구를 산업으로 일으켜세울 마인드를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아 입맛이 쓰다.

타이거즈 서재응 영입

2007/12/08 00:26
  타이거즈 팬 블로그를 자처하는만큼 이 소식을 안 쓸 수야 없다. 서재응이 타이거즈로 온다. 계약금 8억, 연봉 5억, 옵션 2억의 조건이다. (총 15억)
  한달 전만 해도 직접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터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타이거즈 팬 입장에서는 뜻밖에 호재가 터졌다. 반대로 서재응 선수의 MLB 도전을 계속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 듯하다. 다년계약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구단으로서도 선수의 자존심을 챙겨주면서, 선수도 우선의 계약을 통해 시즌이 지난 향후 다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도 있음을 노려 1년 계약에 합의한 것 같다.

  서재응이 부진했던 시즌 뒤에는 항상 언론이 타이거즈 복귀설을 지폈기 때문에 올 시즌도 '아아 지나가다보다'한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였는데, 스포츠지의 소설 쓰는 능력은 날로 향상되는 것 같다. 영입과 관련해 선수가 50억을 요구했다는 최초의 보도는 물론 거짓이었고, 20억원이다 30억원이다 45억원이다 구단 관계자의 말까지 빌려가며 구체적인 액수를 '인용하는 척'했던 보도도 거짓이었다. 궁금한 내용을 대충 지어서 기사화하는게 저널리즘인가? 아니면 구단의 언론플레이라고 할건가?

  이대로라면 불운한 선발 윤석민 + 로또 외국인선수 2명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수 밖에 없었던 타이거즈로서는 확실한 에이스를 손에 쥐게 되었다. 윤석민이 올 시즌 처음 1선발로 나서 괜찮은 투구를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아직 터프한 면이 부족하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다음 시즌 컨디션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 투수도 스코비보다 꼭 나은 선수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서재응의 합류로 외국인 선수 없이도 수준급의 선발투수 둘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외국인 선수 둘 중 하나는 타자를 영입할 수 있는 여유도 얻었다. 팀 전력 정비의 큰 궤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력 보강 작업의 방향은 이제 투수에서 타자 쪽으로 기울었다. 서재응에게 2007 윤석민과 같은 7승 18패를 안기지 않으려면, 타선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 타자를 거포 외야수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텐데(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조범현 감독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일단 일간스포츠의 보도를 따르자면 수비가 되는 내야수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유격수 자리의 공백을 우려하는 것 같다.
  무리하게 FA 선수를(가령 이호준) 영입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면서 타선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2008시즌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흐름에 서재응 선수가 팀의 에이스로서, 그간 리더 역할을 하는 이가 없었던 선수단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기아 타이거즈 극간략사

2007/12/07 00:14
  타이거즈 극간략사

  해태 타이거즈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

  해태 말엽
  김성한 감독
  2000년 11월  2일 김성한 감독 계약 : 계약기간 3년

  KIA 타이거즈
  2001년  8월       해태 타이거즈 인수, 기아 타이거즈 창단 (단장 정재공)
  2002시즌 : 정규시즌 2위 / 플레이오프 패배(LG)
  2003시즌 : 정규시즌 2위 / 플레이오프 패배(SK) : 포스트시즌 5연패
                 김성한 감독 재계약 : 계약기간 2년
  2004년  7월 26일 김성한 감독 시즌 중 경질 : 잔여계약 1년 이상 / 당시 팀순위 5위
                         유남호 감독대행 임명
  유남호 감독
  2004시즌 : 정규시즌 4위 / 준플레이오프 패배(두산) : 포스트시즌 7연패
  2004년 10월 13일 유남호 감독 계약 : 계약기간 2년
  2005년  7월 25일 유남호 감독 사임(사실상 시즌 중 경질) : 잔여계약 1년여 / 당시 팀순위 8위
                         서정환 감독대행 임명
  서정환 감독
  2005시즌 : 정규시즌 8위
  2005년 10월  3일 서정환 감독 계약 : 계약기간 3년
  2006시즌 : 정규시즌 4위 / 준플레이오프 패배(한화) : 포스트시즌에서 연속된 패배
  2007시즌 : 정규시즌 8위   
  2007년 10월  9일 정재공 단장 해임, 김조호 단장 임명 (단장 김조호 | 부단장 이영철)
            10월 18일 서정환 감독 사임(사실상 경질 / 총감독(명예직)) : 잔여계약 1년
                          조범현 감독 임명(내부승진) : 계약기간 2년

  약 7년에 걸쳐 이제 네번째의 감독. 재계약에 한번 성공했던 김성한 감독을 포함해 4년 동안은 두 차례, 감독을 시즌 중 경질했다. 그러고서야 정재공 단장은 책임을 진다며 물러났다.

  한국 프로야구는 구단 프런트가 '책임에 비해' 권한이 막강하다. 프런트는 감독이 변변찮은 팀을 끌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시켜도 '구단과 관계가 좋지 않다'며 해임시킬 수 있고(김성근 감독 LG 시절), 팀의 주전/핵심 선수라 해도 선수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훌쩍 트레이드 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는 경기 중 선수의 특정 플레이를 지시하기까지 한다.
 
  (다른 나라) 다른 리그에서는 원래 단장이 팀 운영을 하지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장이 선수단 운영, 감독이 경기 운영이라는 역할 분담이 확실한 MLB에서는 책임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설정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프런트가 코칭 스태프 인사권, 선수 영입, 경기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일정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역할 분담을 한 관계라기보다, 구단 프런트가 현장(감독)의 정치적 상위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는게 타당할 터다.
  물론 현장의 감독이 지닌 권한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다.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감독이 팀의 전반을 관장할 수 있으니까. 특히 프런트와 신뢰 관계를 쌓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더 중요한건 프런트가 감독 위에 정치력을 가지고 군림한다는 점이다. 감독이 권한이 있는 모든 부분에서 프런트가 정치적 우위를 가지고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영향 관계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 받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팬이고 성적에만 신경을 쓰는 탓에, 팀과 관련된 비난의 화살은 모두 감독에게만 쏟아진다. 선수단 운영에 관한 부분은 프런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을텐데도, 그쪽에서도 같이 현장으로 책임을 쏘아붙이면 그만이다. 성적이 심할 때에는 감독을 경질시키면 팬들은 기대감에 금방 환호를 보낸다.

  기아 타이거즈의 역사에서 정재공 단장의 사퇴가 평가 받아야 할 지점은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당연히 구단 프런트가 팬과 커뮤니케이션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을 탓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팬들과의 충돌이 없었다면, 성적이야 어찌되었든 좀 더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재공 단장이 사퇴하면서, 그 동안의 타이거즈 팀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기간 감독은 몇번이고 바뀌었지만 단장직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는데, 그가 파워 넘치는 단장이었다는 사실은 야구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 자신의 뜻대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 일부러 신임 감독에는 내부 인사를 승진시켜 왔다는 (잘 받아들여지는) 루머도 있다. 경기 오더를 직접 짰다든가 선수의 플레이를 지시했다든가, 어떤 코치들에 대해서는 자기 관리하에 두었다는 루머도 있다.
  루머는 당사자들이 사실관계를 밝혀주기 전에는 루머일 뿐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정 단장이 팀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많았다. 거액 FA 선수들의 영입과 선수 트레이드 등으로 그는 전력 보충을 이름값 있는 노장 선수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이를 두고 (그는 농구단 단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농구에서 그랬듯 선수 몇명을 데려와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려 하지만 야구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세간의 평도 있었는데, 실제로 영입한 선수들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타이거즈에서 노쇠화된 경우가 많았다. 이 사이에 주전 라인업에 젊은 유망주가 성장한 경우는, 기회조차 타팀에 비해 꽤나 드물었다. 이것이 문제라면 전력 보강의 방향을 잘못 잡았던 정 단장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지만, 감독이 성적을 못냈다고 경질된 적은 있어도 단장이 팀 구성을 잘못 했다고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올 시즌 SK에 김성근 감독이 취임할 때, '프런트와 불협화음을 자주 일으켰던' 전력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SK는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기간에 김성근 감독이 SK 프런트와 마찰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하기 나름이다.
  '현장에 간섭하지 말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가장 좋은 것은 프런트와 현장이 각기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책임 분야를 나눠 갖는 것이다. 만약 한국 야구 문화에서 아직 이르다고 하면, 그때야말로 현장에 간섭이라도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감독에게만 팀 성적의 잣대를 들이대는 평가 문화로부터, 구단 운영진에게도 팀 운영의 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게 아닐까 싶다.



KBO는 안이했다, 하일성 조차도.

2007/11/26 00:00
  2006년 5월에 해설위원으로 유명했던 하일성 씨가 KBO 사무총장이 되었다. 대체로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인이 총재 자리를 맡곤 했던 (혹은 감투를 잠시 썼던) 탓에, 상대적으로 사무총장은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경우가 많았으며 하일성 씨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프로야구 구단 추가 창단(10개 구단으로 야구하겠다), 야구장 건설(돔구장 문제를 협의해보겠다) 등의 방안을 내비친 바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야구계를 대개혁하겠다며 400만 관중, 실업야구 활성화, 유소년 야구 대책 마련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 매각건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바가 있다'며 방법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연초에는 농협NH가, 연말에는 STX에게 각기 협상의 고배를 마시며 현대 문제는 사실상 좌초하고 말았다.

  하일성 씨가 야구 행정가로서 KBO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헌신하고 있는데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하일성씨의 인터뷰와 실제 행정에 비추어 볼 때 KBO의 우선순위가 많이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 400만 관중 시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실제로 400만 관중을 이루어낸 점에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400만 관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매각 문제였다.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하고도 LG, 두산 두 서울 구단에게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해서 서울 입성을 하지 못한 일은 누구나 안다고 할 수 있는 문제다. 야구 행정을 진두지휘하는 하일성 씨가 절대 모를 리 없었다는 얘기다. 그 뒤에는 모기업으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확정되기까지 했는데, 물론 KBO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도 이 상태에서 KBO는 '현대 문제를 모든 조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야 했다. KBO에게는 백억여원의 운영 기금이 있었을 뿐, 현대 유니콘스는 백억 이상의 적자를 내는 야구단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KBO는 느긋하게 협상에 임한다. '프로야구 구단'인데 인수하는 데가 없겠어라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우여곡절 끝에 농협NH가 인수 의사를 타전해 보자 이를 서둘러 언론에 발표한다. '거봐, 있잖아'
  농협의 성격상 언론으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일부 농민들도 적자사업인 야구단 인수가 말이 되냐며 투쟁을 시작, 한번 떠봤던 농협은 적절히 언론 플레이만 하다가 발을 빼버린다. 이때부터 인수자는 나서지 않고, KBO는 8개 구단으로 시즌을 시작하기 위해 선수단 운영비에 KBO기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실패한 이상 이렇게라도 해야했다는건 탓하는 바 아니다) 은근슬쩍 현대의 매각대금은 80억원으로 결정이 된다.

  시즌이 종료되어 갈 무렵, STX가 인수 의사를 타전한다. KBO는 신나서 얘기해준다. '이것 봐, 인수자가 더 이상 없는게 아니야! 중견기업이야!' STX는 완전히 여유로운 상태에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마침 그룹 간부의 비리사건이 터지자 프로스포츠계에서 몇발짝씩을 떼버린다. 이미 KBO는 100억원 이상을 현대의 운영기금으로 소비한 상태다.

  이제 프로야구는 내년 시즌 7개 구단으로 치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관중의 숫자는 경기력이나 순위다툼에 따라 추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숫자가 줄어드는건 치명적인 문제다.
  KBO는 400만 관중만 동원되면 야구판의 매력이 증명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걸까? 여전히 이들은 적자 기업이다. 설령 현대 매각에는 실패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수익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은 KBO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하다못해 구단의 구장 소유 제한이나 광고권한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는 스포츠산업진흥법에 대한 공식적인 로비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야구계를 개혁하고 싶다면, 프로야구에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이 아니면 안 된다. 현대를 KBO가 구매해줄 수는 없지만, 견인차 역할은 해줄 수 있었으리라. 아직 시간이 남았다.

일부러 연봉을 깎을 이유는 없다

2007/11/24 23:57
  최근 현대 매각 문제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동안 묻혀있던 프로야구의 위기론이 심심치않게 불거져나오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기는 커녕 돈을 때려붓고 있는 현 프로야구계의 문제점이 재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를 선수들의 고액 연봉 문제로 몰고 있다.
  수익은 창출되지 않는데 선수들이 몇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고, FA제도로 인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챙겨가고 있는데 문제라는 얘기다. 과연 문제라면 문제다. 어쨌든 구단은 돈을 한푼도 벌지 못하는데 서로 경쟁해서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건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한 논리다.

  정상적인 마인드를 가진 구단이라면, 적정 범위 안에서는 선수단을 일정한 전력으로 구성하고, 그 선수들에게 적절한 가치 평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와 계약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적 우선인 한국 야구계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 FA 제도의 특성상, FA로 풀리는 선수들은 대체로 야구를 오랫동안 해왔고, 팀에서 일정 부분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던 쓸모 있는 선수들인 경우가 많다. 그 중 일부는 핵심 선수들이다. 선발진이 허약한데 쓸만한 투수가 나왔다든가, 타선이 물타선인데 대형 타자가 나왔다든가 존재 자체로 내야에 안정감을 주는 야수라든가, 현장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상황은 많다. 그리고 그게 팀에 보탬이 된다면 당연히 제안을 해야 한다. (물론 앞뒤 가리지 않고 오퍼를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다. 누구든 팀에 두고 싶어하는 선수는 그만큼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것이다. 고액으로 계약한 후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흔히 예로 들며 '먹튀'라고 한다. 먹튀가 안된다는 보장이 없는가? 없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먹튀'는 비난 받아야 하는가? 몸값을 못한다고 비난을 하는 팬들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는 전류를 흘려주면 명령을 수행하는 부속품이 아니다. 몸값으로 야구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는 양키스의 선수단 연봉 앞에 이미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의 고액 연봉을 비난하고 싶다면 우선 구단의 연봉 협상 능력을 같이 비판하지 않으면 안된다. 20년이 넘게 선수들의 연봉은 고과보다는 선수생활 기간과 팀내 서열에 의해 큰 틀이 짜여진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이름값이 좀 있다는 선수들과 계약하려면 구단이 먼저 거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협상 주체가 구단이지만, 그 너머에 소유주인 대기업이 있다보니 선심성 보너스를 주기도 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연봉을 동결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FA제도 도입 이후에는, 이런 현상을 우려하여 제도 자체에 보상금 개념을 넣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구단이 다른 구단의 핵심 선수들과 거액에 계약하는 일도 있었다. FA 시장 자체의 판을 키운게 삼성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한번 이렇게 판이 짜이자, 그 후에는 거의 모든 구단이 출혈 경쟁을 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당연히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런 점을 짚어내지 않고, 선수들이 과욕을 부려 야구판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담은 논리는 망발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단에 화살을 돌리는 논리의 다른 문제점은, 숲을 보지 않는다는 거다. 구단 입장에서, 지출되는 비용 중 '선수 연봉' 자체의 비율은 20%에 못 미친다. 다시 말하면 구단 운영비는 선수 연봉의 5배에 달한다는 말이다. 구단은 선수단 운영을 위한 비용이라고 말하지만, 그 운영비의 전부가 선수들의 책임일까?
  선수들에게 야구는 직업이다. 야구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그에 전념하는 대신 연봉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정규 학교 수업은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해 왔던 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노력을 적절한 금액의 연봉으로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시장 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거나, 혹은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비난한다면, 선수가 받아야만 하는 특정한 금액이 정해져 있기라도 하단 말일까?
  특히 간과되는 것은 프로 선수에겐 선수 생활 자체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직장이라는 점이다. 전체 선수 중 51%가 3천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다. 저연봉인 선수들 중에는 이제 갓 계약한 신인 선수들도 있겠지만, 언제 야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1군 선수를 꿈꾸다가 아예 감독의 눈에 드는 일도 없이, 2군을 전전하다 몇시즌도 안되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일도 있다는 얘기.
  모든 선수를 구제하자는 말이 아니다. 선수단의 연봉을 줄이자면서 고액 연봉인 선수들에게 화살을 쏘아도, 구단에게 그들은 필요한 선수들이다. 어디로부터든 압력이 들어올 경우, 구단이 정리하는 대상은 고액 선수들이 아닌, 아직 활용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저연봉의 선수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수록, 프로야구는 스스로를 점점 작게 만드는 자충수를 뒀다는 걸 알게 될 터다.

  프로야구의 위기는 구단의 운영 적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핵심은 구단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벌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동안 야구판을 키워왔던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운영비를 탓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것에는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지출했던 내역들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경영을 한다면, 선수는 수익을 낳게 해주는 원천이지 돈을 먹는 하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액 연봉 선수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선수를 비난해서 연봉을 깎을 생각하지 말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무대로 보내라. (물론 간다고 되는게 아닌건 당연하지만, 자세를 얘기하고 싶다) 구단 또한 선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차라리 옆나라 일본에라도 보낼 수 있다. 선수는 보유하고 싶으면서, 보유를 위해서 출혈은 있는대로 해두고 나서 고액 연봉은 감당이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되는 논리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줄 마법사는 없다. 모든걸 원점에서 시작할 수도 없으니, 일시적으로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연봉부터 시작해서 운영비를 줄여나갈 수도 있겠다. 거기에는 구단이 경영 마인드를 개선하고,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앞서서 들어가야 한다. 구단의 노력이 선행하지 않은 채 선수들의 연봉을 지적하는 태도는 비정상적인 야구판의 행태에 똑같은 엇박자를 놓을 뿐이다.

대한야구협회의 하프돔 공유 제안

2007/11/23 15:31
  대한야구협회가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해 아마야구 전용으로 사용될 예정인 고척동 하프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할 구단과 구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훌륭한 제안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모든 구단을 대상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를 인수할 구단에게만 제시하는 것은 현대 매각이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해도 인수의 최대 난제가 구장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운영 적자가 지금의 1/10 수준만 되었더라면 (물론 말이 쉬운 얘기로, 가정일 뿐이다) 매수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터다.
  새 구장이 매력적이기는 하겠지만, 현대 유니콘스는 아직 LG, 두산 두 구단에게 서울 입성의 조건인 54억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것이 유니콘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도 수원에서 정처없이 타향살이를 하고 있던 이유다. 4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구단이 단돈 80억원에(역시 쉽게 말해서 죄송하다)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친절하게 54억원을 더 얹어준다고 해서 새 구장에 낚일리 만무하다. 게다가 고척동 하프돔은 2010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오히려 서울 구단인 LG와 두산에게 제안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현 상황에 새 구단이 생길리는 없고, 비서울 연고구단에게 연고이전을 제안하는 것도 넌센스다. 그런데 잠실구장은 두집 살림이다. 두 구단 중 적어도 하나가 보통 이상의 야구단 경영 마인드가 있다면, 구장을 홀로 사용하는게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릴 것이다.

  서울시도 전글에서 말했듯, 구장을 3만석 규모로 재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국을 막론하고 제대로 봐줄만한 구장이 드문 야구 인프라에, 서울에 2만석 규모의 아마야구 전용 구장이라니 여유도 너무 여유다. 혹자는 프로야구 평균 관중이 만오천명 미만인데 2만석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평균 2만명의 관중이 와야 야구단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목표로 한다면 2만석 규모에 2만명의 관중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야구를 위해 마련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이 왜 프로구장으로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것 네것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프로구단이라 해도 기업 마음대로 구장을 지을 수도 없고, 야구계는 구장 문제에 관련한 지자체의 건설 계획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아닌가. 이왕 서울시가 새 구장 계획을 내놓은 바에는 야구계가 같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대한야구협회의 제안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도 한신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다. 고척동 하프돔이 프로와 아마 양쪽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번 글에서 이미 발표된 9월 26일까지의 관중 수를 토대로 관중 수입을 추정해 보았다. 그러다 매경기 일일이 관중 수를 추적하면 완성된 관중 수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KBO 홈페이지는 물론 매 경기 관중 수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팀명
홈 경기수
홈관중
평균인원
LG
63
901172 14304
두산
63
786054 12477
롯데
63
759513 12056
SK
63
656426 10419
삼성
63
336936 5348
한화
63
322237 5115
KIA
63
207232 3289
현대
63
134559 2136
504
4104129 8143

  이를 SPORTS 2.0이 취재했던 1인당 수입과 대응시키면 다음과 같은 관중 수입 추정치가 나온다.
팀명
홈경기수
홈관중
평균인원
1인당 수입
총 관중 수입
LG
63
901,172 14,304 4,393 3,958,848,596
두산
63
786,054 12,477 4,709 3,701,528,286
롯데
63
759,513 12,056 4,589 3,485,405,157
SK
63
656,426 10,419 2,603 1,708,676,878
한화
63
322,237 5,115 4,099 1,320,849,463
삼성
63
336,936 5,348 3,380 1,138,843,680
KIA
63
207,232 3,289 4,194 869,131,008
현대
63
134,559 2,136 3,574 480,913,866
504
4,104,129 8,143 4,060 16,664,196,934

  프로야구 구단 하나의 매년 적자폭이 최소 100억원은 상회할 것이라고 예측하면(KBO가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중단된 현대 유니콘스에 지원한 운영 금액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8개 구단이 벌어들인 총 관중 수입이 166억원이라는 것은 상당히 암울한 수치다.

  이는 현재 프로야구에 400만 관중 시대가 중요한 화두가 아니라 수익 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나타내준다.

2007 프로야구 구단별 관중 수입

2007/11/21 02:04
  다음은 SPORTS 2.0에서 취재한 각 구단별 관중 및 1인당 수입(관중 한명당으로 계산한 수입)이다. (9월 19일 기준)1
구단 관중 1인당 수입
LG 871830 4393
두산 748546 4709
롯데 741131 4589
삼성 323814 3380
KIA
198392 4194
SK 633768 2603
한화 290528 4099
현대 128713 3574
 
  그리고 KBO에서 발표한 9월 26일 기준 구단별 관중 수2에 위의 1인당 수입치를 대응시켜보면 다음의 추정치가 나온다.(9월 26일 기준)
구단
관중(9.19)
1인당 수입
관중(9.26)
총 관중 수입(9.26)
LG
871,830 4,393 884,681 3,886,403,633
두산
748,546 4,709 768,821 3,620,378,089
롯데
741,131 4,589 749,417 3,439,074,613
SK
633,768 2,603 646,576 1,683,037,328
한화
290,528 4,099 303,604 1,244,472,796
삼성
323,814 3,380 323,814 1,094,491,320
KIA
198,392 4,194 202,021 847,276,074
현대
128,713 3,574 132,187 472,436,338

  서울 구단과 구도 부산인 롯데를 제외하면 그나마도 구단 간에 비교가 안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는 수도권 구단이기는 하지만 엄밀히는 연고지를 잃고 방황하는 처지이니 제외하고, 이 관중 수입을 살펴본다면 아마도 대전, 대구, 광주 구장의 낙후된 상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총 관중 수입의 계산은 기사를 통해 구단별로 관중 한 사람당 얼마 정도의 수입을 거두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확한 평가는 무리다. 위에 조사된 1인당 수입액이 구단이 실제로 관중 수입으로 가져가는 부분인지 신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무료 입장과 할인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들이 공개되어야 할 듯하다.

  또한 계산에 이용된 자료가 페넌트레이스가 95% 진행된 9월 26일자의 자료 - KBO에서 시즌 종료 후의 최종적인 구단별 관중 수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 라는 한계가 있다.

  1. SPORTS 2.0, "SK, '박리다매'로 흥행 성공", 제71호(2007년 10월 1일 발행) [Back]
  2. KBO홍보부, "2007 프로야구 11년 만에 400만 관중 돌파(4,011,421명)", 2007년 9월 27일 [Back]

복귀를 바라며

2007/11/18 00:19
  올해 4월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되어서 야구를 그만둔 위대한(실명이다) 선수를 기억하는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지만, 주어진 형량을 마치고 나와서 멀쩡히 프로에 지명된 선수였다. 프로에 지명된 선수니 야구 실력이나 잠재력도 보통 이상이었다는 얘기.
  그러나 과거 범죄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악랄한 범죄라는 둥 죄질이 나쁘다는 둥, 다시금 죄에 대한 평가가 내려졌다. 죄에 대해 법적인 심판을 받았으니 새롭게 살면 되잖아? '그게 아니야, 그 자식이 한 일이 얼마나 나쁜 범죄인지 알아?' 순환, 재판, 또 재판. 이 선수가 떳떳이 고개를 들고 그라운드를 활보하는 한 야구를 볼 마음이 없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프로야구판은 너무나 고귀한 곳이라서 이런 범죄 전력이 있는 선수는 절대 발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훌륭한 여론의 물결이 형성되었다.

  SK구단은 마침 '스포테인먼트' 정책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인지 여론과의 게임에서 바로 밀려버렸다. 선수 본인이 더 야구를 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취해진 조치는 구단의 임의 탈퇴 처분이었다. 위대한은 그렇게 야구판을 떠나갔다.

  야구팬이라 하는 사람들이 올 4월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동안, 그 전에 아예 잊혀진 일이 있다.
  올해 1월에 프로야구 선수 -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명이 밝혀진 적이 없다 - 누군가가 어떤 여성을 윤간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팀인지는 공공연한 루머가 떠돌고 있지만 정확한건 알 수 없으니 패스. 실명이 거론되지 못한 덕분인지, 경찰의 삽질로 '성폭행은 맞지만 죄질이 가벼우므로 불구속'이었기 때문인지, 구단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일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묻혀졌다.
  한 사람은 법적인 죄값을 치렀지만 죄가 알려져 야구계에서 매장당했다.
  한 사람은 제대로 죄값을 치르지도 않고 죄가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위대한은 -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 현재 군입대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임의 탈퇴로 공시된 신분이라 다시 한국 프로야구에 돌아오려면 SK 구단과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 1년간 뛸 수 없는 제한이 있지만 어차피 군에 있을테니 그 시간은 비켜갈 수 있을터다.

  그가 다시 돌아와 프로야구 무대에 서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제대하고 난 후 확실히 몸을 만들어서, 그를 쫓아낸 팬들 앞에 보란듯이 돌아와서, 쌩쌩한 투구를 뿌려대기를. 그라운드가 낙인과 배제의 단두대가 아니라 포용의 무대임을 보여주기를.